비녀는 왜 만들게 되었을까? 어릴 때 봤던 만화책들의 영향일까? 아르미안의 네딸들(신일숙), 불의 검, 비천무(김혜린)… 시대물, 판타지 장르에 자주 보이는 비녀. 말아 올린 긴 머리에 꽂혀진 비녀 사이로 살짝 살짝 흘려진 잔머리. 그림인데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여성스럽고 우아해보였다. 그때부터 난 언젠가는 머리를 길려서 비녀를 꽂아보고싶었다. 잊고 있었던 이 꿈은 은공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불쑥 튀어나왔다. 혼자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 본 비녀. 어느새 장식용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작업할 때는 머리를 묶어야 하는데 나중에 자국이 나는 것도 싫고 딱히 머리핀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은 비녀를 꽂아놓게 된다. 반곱슬이다 보니 비녀를 빼면 어느새 고데기한 머리처럼 웨이브 진 머리는 더 맘에 든다. 물론 상품으로 내놓을 생각까지 하게 되었지만 비녀'는 역시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만들게 된 아이템. "누가 비녀를 써?" 가장 많이 듣는 말이지만… 디자인을 하고 만들다 보면 항상 듣는 이야기지만… 이왕 시작한 브랜드를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지 않다. 물론 매출이라던가 사업쪽으로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는 것 내가 만드는 것 내가 만들고 싶어하는 것들은 전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 같다. 그치만 고집인지 억지인지 아직도 가끔 혼란스럽지만 lapiyom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오 채우고 싶다. 소비자의 수요를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이해가 가지만… 어딘가 있지 않을까? 예쁜 비녀를 갖고 싶은 사람…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어딘가 분명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