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나는 화를 내는 사람들이 제일 싫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한테 '화풀이'하는 사람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되도록이면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참을만 할 때까지 참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폭팔할 때가 되면 분노와 미움이 엄청나게 크다. 참았던 만큼 많이 쌓이기 때문이겠지? 화가 날 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화를 내야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고 변하려 하게 된 계기는 한 편의 영화 덕택이다.'신비한 동물 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겉으로 보기엔 마법사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분노표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룬 영화로 보인다. 학대받던 아이가(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는) 자신의 분노를 안으로만 쌓아두다 보니 자기 자신 안에 있던 마법의 힘(능력)이 자신의 분노를 먹고 점점 자라나 결국에는 그 강력하고 어두운 분노 덩어리 마법에 잡아먹힌는다는 이야기. 표출하지 않으면 안에서 썩는다. 그러고 보니 고인 물이 썩는다는 얘기랑 비슷한 듯… 우리는 분노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뿐, 정작 그 분노가 내는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분노는 우리의 한계를 절실히 드러내주고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 지를 알려주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끝만이 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분노는 과거의 삶이 죽었음을 알리는 하나의 폭팔물이다. 게으름과 무관심, 절망은 적이지만 분노는 친구다. 착하거나 점잖지 않지만 정직한 친구임은 분명하다. C. Julia 요즘 나는 화가 난다. 바보같은 나에게 화가 난다. 뭔가 표출이 필요하다. 이 나쁜 기분을 표출시켜서 내보내야 한다. 이 나쁜 기분이 내 안의 다른 감정을 물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화를 내야 한다.' '화풀이'가 아닌 화를 내야 한다. '제대로 된 대상'에게 화를 내야 한다. 다른 곳을 청소해봤자 깨끗해지지 않는다. 더러운 것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확인하고 그곳을 청소해야 한다. 그래야 원래의 깨끗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다른 감정들, 분노에 가려졌던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있다. 화를 내며 나를 드러내면 공격받을 부분이 드러나면서 나에게도 보이게 된다. 그러니까 싸움과 다툼도 필요하다. 그로 인해 내가 몰랐던 '내 안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울고 싶으면 울고 내 감정의 요구에 충실하게 응답하고 싶다.